11일 오후 서울 광화문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 대강당에서는 ‘독립영화가 살아야 한국 영화가 삽니다’라는 주제로 독립영화인들의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 모인 영화인들은 영화진흥위원회가 영화진흥정책에서 ‘독립영화’ 부문을 없애고 상업영화와 비상업영화로 구분하려는 것을 비판했다.
이들은 또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 분위기 ▲정부의 지원정책 ▲독립영화 상영이 가능한 배급환경의 변화 등이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 사무총장은 “독립영화가 각종 지원도 받고 있으나 영화 ‘똥파리’의 경우 2억5000만원에서 3억원의 예산이 들어간 영화지만 투자자들이 인정해주는 것은 영수증 뿐”이라며 “이 영화를 만든 양익준 감독은 제작비 중 자신이 아버지에게 빌린 9000만원만 겨우 인정 받았다”이라고 설명했다.
‘똥파리’의 연출자인 양 감독은 “처음으로 개봉지원금을 받을 수 없는 작품이 됐다”며 “좋은 기회로 개봉을 할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내 보드에는 돈을 줘야 할 20명의 이름이 적혀 있다”고 밝혔다. 양 감독의 작품은 로테르담영화제에서 타이거상을 수상했다.
‘워낭소리’를 연출한 이충렬 감독은 “개인적으로 상당한 영광이지만 지금의 결과가 마냥 좋지만은 않다”며 “‘워낭소리’가 잘 된 결과를 가지고 앞으로 이런 독립영화만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가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이어 “정부에서 정책하는 분들이 영화를 상업영화, 비상업영화로 나누며 영화도 수익이 되는 것만 인정하는 오류를 범하지나 않을까 염려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고 사무총장은 ‘워낭소리’ 를 극장에 배급하는 과정에서 겪은 부당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워낭소리’ 흥행 전에 디지털로 작업된 이 영화를 ‘디지털 영사기가 없어서 상영할 수 없다’며 필름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외면하던 극장들이 흥행에 성공하자 상영요청을 하기도 했다”며 “지금 ‘워낭소리’를 개봉하는 극장의 리스트가 디지털 영사가 가능한 국내 극장을 나타내는 첫 자료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현재 영진위는 영화 제작지원을 상업영화와 비상업영화로 구분하는 방식으로 바꿔 독립영화 지원을 대신해 장편과 중편, 단편으로 나눠서 영화를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독립영화인들이 제기하는 문제는 이로 인해 충무로에 기반을 둔 영화사들이 제작비 지원을 신청해 ‘다양성 확보’라는 본래 취지를 흔드는 결과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동백아가씨’ 박정숙 감독,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 안해룡 감독, ‘할매꽃’ 문정현 감독이 함께 참여했다.
30만 관객이라는 독립영화 사상 최대 관객을 불러모은 ‘워낭소리’는 영진위 개봉 지원사업 마지막 작품으로 4000만원의 개봉지원금을 받아 개봉한 작품이다.